왜 사람은 특정 동물만 식용으로 키우는가? 0 3 2,769

by 하봉래 사람 돼지 염소 오리 고양이 토끼 [2012.09.02 10:24:44]




현재 살아 있는 포유류는 5000종 이상이며 조류는 1만 종이 넘는다.
이중에 사람이 가축으로 사육하는 동물은 20~30종에 지나지 않는다.
소, 돼지, 양, 염소, 닭, 오리 정도가 사람에게 유용한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가축이고 개와 고양이는 유난히 사랑받는 가축이다.
왜 인류가 가축으로 선택한 종이 이렇게 적을까?
더 많은 동물 종을 가축으로 기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수와 비중에서 가축 목록의 상위에 오를 소를 살펴보자.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활용하는 물소를 포함해 가축으로 키우는 소는 15억 마리나 된다.
무게로 따지면 지구에 사는 인류 70억 명의 두 배가 넘는다.
생체중(살아 있는 생물의 무게-옮긴이)으로 본다면 지구는 소의 행성이라고 할 만한다.
10억 마리에 이르는 돼지도 인류의 무게를 능가한다.
10억 마리에 가까운 양은 무게로 볼 때 인류 다음인 네 번째를 차지하고, 이어 7억 마리의 염소가 그 뒤를 따른다.
가금류는 몸은 작지만 수가 많다.
약 150억 마리의 가금家禽은 인류의 두 배가 넘는다.
가금 사육을 위해서는 엄청난 사료를 소비한다.
가금류를 대량 사육할 때는 단백질 성분이 많은 영양 사료를 쓰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콩이나 곡물을 쓰기도 한다.

식량수요 측면에서 볼 때 전 세계에서 기르는 가축은 인류와 심각한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축의 식량 수요는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면 사람의 세 배가 넘는다.
세계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 식량 수요, 기아 문제로 볼 때 이는 불안한 숫자이다.
이 수치는 수십 년 전부터 부국富國에서 자행되는 지나친 육류 소비를 이제는 세계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와 인류는 일찍부터 식량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멧돼지는 노련하고 나이 든 암퇘지를 우두머리로 두고 대가족을 이루며 산다.
수퇘지는 단독 생활을 하며 사냥꾼들이 특별히 멧돼지의 교미기Rauschzeit라고 따로 부르는 번식기에만 무리와 합류한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집에서 돼지 치는 사람은 암퇘지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돼지와 인류는 일찍부터 식량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연구가들에 따르면 사람의 식량을 먹지 않는 염소와 양, 소를 빈번히 도살하고 즐겨 먹는 것과 달리 몇몇 지역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하거나 '불순'하게 보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전통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돼지는 빠른 시간 안에 인류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으로, 특히 살과 지방의 공급원으로 자리잡았다.
돼지는 반추동물인 소나 양, 염소보다 살이 많은 가축이다.

열대 아프리카의 흑멧돼지에 비해 유럽의 멧돼지와 집돼지는 성질이 온순하다.
유럽 돼지는 사자나 하이에나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곧 도살될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돼지의 입장에서는 도살에서 살아남는 돼지가 없으므로 이런 사실을 학습할 수가 없다.

아프리카의 흑멧돼지가 사자를 만났을 때는 살아남을 절반의 가능성은 있지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에게는 이런 기회마저 없다.

이런 돼지는 인류가 최대의 적이라는 사실 역시 학습할 수 없다.



출처 :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중에서...


by 까망소 [2012.09.03 11:06:40]

글 잘 읽었습니다.
소의 행성이라... 앞으로는 채식으로 경쟁해야 하는가? ^^


by 무지개 [2012.09.03 11:36:56]
아~ 이걸 읽고나니 돼지가 너무 불쌍해지네요;; 밖에서 밥 먹으면 대부분 고기 요리인데, 안먹을수도 없고 ㅜㅜ

by 하봉래 [2012.09.03 22:01:56]

네, 고맙습니다^^
이 글을 등록하면서 '그럼, 육식을 하지 말자는 소린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ㅎㅎ
회사 회식이나 모임을 하다보면 빼놓기 힘든게 육식문화인데요...
육식생활을 줄이면 좋겠지만, 그 문화에 깊이 길 들여진 현실에서는 많이 힘들겠죠.ㅎㅎ
그저, 어떤 희생과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오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한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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